그룹명/창작시

del 키

너른바위 2012. 11. 23. 10:19








  




      . del 키 / 김장태


      글 쓴답시고
      허연 컴퓨터 화면 앞 자판 부여잡고
      생각난 듯 손가락 꼬물대다
      갸우뚱 생각난 듯 눌러대는 del 키

      자판 눌러대는 손가락의 리듬보다
      del 키 눌러대는 단순음의 쾌감
      삭제의 설레임은 무엇이란 말인가
      아마도 글의 탄생을 예고하기 때문

      글 쓴답시고
      졸린 강아지 하늘 쳐다보듯
      허공을 응시하는 꼴이라니
      결국 del 키로 완성되는 것을

      자판 두들기며 써나가는 모습
      손가락 꼼질거림이 이어지고
      생각은 컴퓨터가 하는가 보다
      머리는 없고 손가락만 있는 듯

      글 쓴답시고
      컴퓨터 화면에 몇 줄 끄적이곤
      화면 향해 담배연기 길게 내뿜는 꼴이라니
      그놈이 생각을 하긴 하는가 보다

      담배 입에 물고
      손가락 연신 꼼지락거린 후
      옆에 놓인 신문지 한 손으로 구긴다
      아니야! del 키를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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