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에서 / 김장태
화실 한켠 자리한
미완성 그림 속엔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는
까맣게 속이 탄 애절함이 있다
붓 끝에서 되살아 난
그림 속 풍경과 정물
앙다문 미완성의 서러움에도
꿋꿋한 기다림에 젖어있는
기다리는 것은
그저 붓 끝 물감이 아니리
혼신의 열정이 묻어난 화백의 손
그 창조의 열정을 기다린다
누군가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환호한다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
그림마다 화폭에 묻어나는
화백의 고뇌와 집념
氣를 불어 生命을 창조한 신의 섭리를
왜 이 작은 화실에서 느끼는 건지
갑자기 흥분과 전율의 무거움에
먹먹해진 가슴 쓸어내린다
완성된 그림에는 화백의 혼이 서렸다
허나 서로 더 이상 관심의 緣은 끊어졌나니
미완성의 美學이라 했던가
기다림의 숭고함도 더한다
심장 타들어 간 기다림의 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한 저 화백의 여유로움에
가슴은 숨 멎을 듯 미어진다
문득 창문을 통해 펼쳐진
고즈넉한 초가을 정취
그러나 그 정취엔 화백의 魂이 없다
화실에선
魂서린 그림 한폭에
더한 체취를 느끼는가 보다
잠시 혼돈의 어지러움이 일고
문득 떠오른 생각
나도 아직은 미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