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창작시

화실에서

너른바위 2012. 11. 23. 09:58

화실에서 / 김장태





       화실 한켠 자리한

       미완성 그림 속엔



       마지막 손길을 기다리는

       까맣게 속이 탄 애절함이 있다



       붓 끝에서 되살아 난  

       그림 속 풍경과 정물



       앙다문 미완성의 서러움에도

       꿋꿋한 기다림에 젖어있는



       기다리는 것은

       그저 붓 끝 물감이 아니리

       혼신의 열정이 묻어난 화백의 손

       그 창조의 열정을 기다린다



       누군가와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환호한다

       단지 내색하지 않을 뿐



       그림마다 화폭에 묻어나는

       화백의 고뇌와 집념



       氣를 불어 生命을 창조한 신의 섭리를

       왜 이 작은 화실에서 느끼는 건지



       갑자기 흥분과 전율의 무거움에

       먹먹해진 가슴 쓸어내린다



       완성된 그림에는 화백의 혼이 서렸다

       허나 서로 더 이상 관심의 緣은 끊어졌나니



       미완성의 美學이라 했던가

       기다림의 숭고함도 더한다

       심장 타들어 간 기다림의 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긋한 저 화백의 여유로움에

       가슴은 숨 멎을 듯 미어진다



       문득 창문을 통해 펼쳐진

       고즈넉한 초가을 정취

       그러나 그 정취엔 화백의 魂이 없다



       화실에선



       魂서린 그림 한폭에

       더한 체취를 느끼는가 보다



       잠시 혼돈의 어지러움이 일고

       문득 떠오른 생각

 

       나도 아직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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