驛 / 김장태
간 밤 조바심한 끝에
양 손으로 꼬옥 여민
앞 섶 사이 얼굴 묻고
새벽 종종걸음으로 내달려
텅 빈 驛 앞에 서다
덩그렇게 눌러 앉은
철로변 벤취엔
외면당해 차라리 홀가분한
흔적으로 나뒹구는 나뭇잎만
머언 철로 끄트머리
뿌연 안개 어렴풋한 사이로
겨울행 열차는 멀어져 간다
기다린 세월은
이미 가고 없는데
열차 지붕에서 품어댄
흩어지는 뽀얀 연기만이
오가는 세월을 알리고
울컥 흐른 눈물방울 속엔
이미 열차에 몸을 싣고
차라리 눈을 감은
내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