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흔적
오랜만에 드러낸 파란 하늘인데
하늘 가득 못내 아쉬움의 잔영만이
눅눅하던 장마의 지리함보다
한 계절 꺾어짐에 아린 가슴 통증만 더하고
조석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인데
살을 스치는 바람마다 횡한 서러움 뿐
계절을 녹이던 무더위의 비릿한 여름 냄새보다
두 계절을 넘나드는 세월의 어지러움만 더한다
인생의 계절이라도 꺾이는 듯
복받친 서러움 안고 달려간 생각 끝에는
조바심 낸 마음의 허망한 껍데기들만
바람에 나뒹구는 지난 여름밤의 꿈들
그렇게 아픈 흔적만 남기고 갔다며
가슴 속 서러움 뿌리칠 양이면
아서! 그러지 마소
서러움 가득 얹힌 가을이 벌써 오고 있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