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축구시합
온종일 괜한 설레임이 인다
일찌감치 퇴근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속절없이 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며
TV와 눈싸움을 한다.
시간은 멀었음에도
신혼부부 짝 기다리는 모양새다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한다
아빠! 오늘 TV에서 뭐 해요?
하기사 고3이니 뭘 알겠노
그래 임마 대표팀 축구하잖아!
언제?
10시에 우즈베키스탄하고......
아 그럼 딴데 틀어봐요
멀었구만
왜 광고방송 틀어놓고 그래
아! 내가 정신 나갔나보다
드디어 10시
어린아이 마냥 설레임은 극치를 이룬다
대~한민국. 짜 자~작 짝짝
나도 흥에 겨워 함께 해보는 응원
우리팀 골대의 네트가 흔들린다
이렇게 분할 수가 없다
시뻘개진 눈으로 두주먹을 꼭 쥐고
마치 먹이를 사냥하는 맹수마냥
머릿속에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한 골의 생각 뿐
그러나 시간만 흐르고 목이 탄다
주방으로 뛰어가
물 한모금 적시고
다시 뛰어 제자리에 앉는다
그때 옆에 있던 애엄마
여보! 당신 안방에 가서 봐요!
화! 그랬다
난 미쳐 있었다
안방 침대에서 혼자 종료시간 다가오고
에이! 오늘은 졌어
승부를 포기하니 갑자기 눈꺼풀이 무겁다
그 나른함이란.....
잠시후 내 몸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두 손 번쩍들고.....
만약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 모습은 마치 신에게 축복을 기원하는
그런 모습이었으리
아! 너무 재밌고 살 맛 난다
흥분은 더해가고
선수의 사소한 움직임에도
내 몸마저 따라 움직인다
휘~익~ 긴 휫슬소리와 함께 무승부
경기가 끝났음에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이리저리 채널돌리며
쉽게 잠들지 못한다
이곳저곳의 TV 채널여행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었다
나 지금 사무실에서
괭한 눈으로 생각한다
어제 내가 뭔가에 홀렸었나?
그리곤 씨익 웃는다
역시 나는 대단한 애국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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