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른바위 2012. 11. 23. 10:04

戀 情 / 김장태     








길가 텃밭 끼고 오른 오솔길

소박하게 피어난 이름모를 들꽃


작은 골짝바람이 살짝 흔든 자태에


얼굴 붉히며 먼 산 쳐다본다


어릴적 앞집 순이 치맛자락 흔들림에


콩콩 뛰던 가슴 안고 뒷산으로 달음질 친


그 수줍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오솔길 끝 작은 숲


여린가지 휘청 내려 앉은 두 마리 산새


휘리릭 소리 높여 부리 서로 마주칠 때


가슴 아리함에 하늘을 본다


어릴적 앞집 순이 봉긋 솟은 앞가슴에


콩콩 뛰던 가슴 안고 볏단 뒤로 숨어들던   


그 그리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숲 옆을 지나는 작은 냇가


더위를 희롱하며 한줄기 시원함으로 흐른 냇물


도란도란 숲속을 낮게 울리며 토해내는 밀어에   


첨버덩 발 담그며 그들을 방해한다 


어릴적 앞집 순이 약초캐러 산 오를 때


살금 쫓아 소쿠리 뺕어들고 콩밭으로 냅다 뛴


그 서러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리움 삭히려 올라간 오솔길


허나 밀려오는 들뜬 옛사랑의 잔영


눈시울 시큰한 심장의 방망이질에


가슴 속 방랑 애써 풀벌레 소리로 옭아맨다


앞집 순이 생각에 긴 밤 뜬 눈으로 고뇌하던 새벽


첫 닭 울음소리에 애써 잠을 청하던


그 어리석음 왜 여기에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