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창작시
가을단상
너른바위
2012. 11. 23. 10:00
가을 斷想 / 김장태
꽁꽁 동여 숨겨놓은 가슴인데
꽁꽁 얼려 미이라로 살아가는 심장인데
그래 그랬었다
너무 서러워 눈물조차 거부하던
그 서러움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헌데
하필이면 이 계절에
매듭 풀린 가슴은
선선한 작은 바람에 시려오고
녹아내린 심장은
초저녁 귀뚜라미 울음에 꿈틀대는가
무더위 내려앉은 삼복 더위에도
풀릴까 다시 옥죄고
녹을까 꼭꼭 숨겨놓던
그 영악한 혼은 어디에 넋을 놓고 있기에
가을의 끝은
싹 틔우고
꽃 피우던
그리곤 영글어 가는
그런 계절의 끝은 분명 아니외다
제법 쌀쌀한 찬 바람에 옷깃을 올려야하고
색색으로 변신한 나뭇잎의 아우성도 들어야한다
그들의 주검들이 길 옆을 메울 때면
함께 서글픔에 몸을 떨어야하는
난
벌써 그런 계절의 끝을 헤멘다
이별의 서러움이 싫어
앙팡지게 움켜진 그 마지막 잎새마저
결국은 놓아야 하는
다가올 계절 끝자락의 허망함
숙명같은 이별
나는 벌써 그 이별의 전주곡에 전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