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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그리움

너른바위 2012. 4. 26. 13:09

가을의 그리움 / 김장태



갈비뼈 사이 헤집고 심장을 향해
비수같이 파고든 뭉클한 그리움

감당치 못함을 알기에 머리 절로 흔들며
가슴 한 켠 채곡채곡 쌓아 둔 그리움더미

그 더미가 또 무너졌다
봇물터진 듯 녹아나는
그리움의 아비규환

이맘때 쯤이면 스미듯 다가와
반드시 더미에 칼집을 내고야마는

그 놈의 가을!

녹아 흐른 그리움 덩어리에
울컥울컥 가슴을 치받는 서러움을

가을은 알기나 한 껄까
가눌 수 없는 지경인 것을

그 놈은 모를꺼야

지난 여름 무던히도 버티고 섰던
길 옆 플라타나스도 계절 앞에 무너진다

나날이 더해지는 가을의 색채를 안고
잎새는 마지막 화려한 고뇌를 시작한다
고뇌에 타들어간 빨강 노랑 색색의 흔적

플라타나스의 고뇌에는 그리움이 없다
그저 다음 계절의 꿈이 있을 뿐

끝없는 인간의 탐욕이 불러 온
인간들만의 원죄의 댓가

그리움은 그렇게 다가왔다

당당히 맞설 명분도 자신도 없다
그저 너스레 헛 미소를 지어볼 뿐

이 계절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저 운명처럼 찾아들었기 때문

난 오늘도 파헤쳐진 그리움더미에서
너부러진 조각들을 주워내며 신음한다